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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42년만에 전면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연구개발의 길이 크게 열린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처리)은 한국이 추진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이다.
 
통상 재처리(PUREX·습식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원자폭탄의 핵심연료인 플루토늄만을 뽑아내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파이로프로세싱은 섭씨 500∼650도의 용융염을 이용, 전기 화학적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해낸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정의 특성상 플루토늄의 단독 회수가 불가능해 핵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게 기존 재처리 방식과 결정적 차이점이다. 이 방법으론 핵폭탄을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이 기술을 개발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선 파이로프로세싱을 ‘재처리’가 아닌 ‘재활용’(recycling)’이란 용어로 부른다.

회수한 핵물질은 한국이 제 4세대 원자로로 채택한 ‘소듐냉각고속로’(SFR)에서 재순환 소멸시킨다. 이렇게 하면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즉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SFR이 차세대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스템의 핵심이다.
 

원자력연은 지난 1997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시작한 이후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2020년까지 기술적 및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해 실제 상용화 추진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이번 협정에선 국내 연구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Electro-reduction)까지 미국의 허가없이 통보만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의 전처리→전해환원→전해정련→전해제련→염폐기물 재생 및 고화’ 등의 공정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는 매건마다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 했기에 이번 조치로 연구개발의 자율성이 크게 확보된 셈이다.
 

아울러 전처리시설과 전해환원 시설을 확장하거나 추가 건설해도 미국에 통보만 하면 된다.

원자력연은 이와 관련, 파이로프로세싱의 모든 공정을 시험 검증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험시설인 ‘프라이드’(PRIDE)를 대전 유성구의 본원에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송기찬 원자력연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은 “이번 협정으로 제 4세대 원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장애물들이 많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다이나믹소프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피이로프로세싱 프로젝트에 WITNESS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지원합니다.